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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世評】고작 반나절 상봉으로 70년 생이별 아픔을 눌러 담을 수 없다 … - 이산가족 상봉, 더 늦기 전에 정례 화해야한다.
KBNS 뉴스통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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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8.23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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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작 반나절 상봉으로 70년 생이별 아픔을 눌러 담을 수 없다 이산가족 상봉, 더 늦기 전에 정례화해야한다.=사진공동취재단


"상봉이 모두 끝났습니다"

 

꿈에 그리던 휴전선 너머의 가족들을 만난 이산가족(離散家族)들은 22일 오후 13023일 간의 상봉(相逢) 일정을 마치고 또 다시 기약 할 수 없는 생이별을 하게 됐다.

 

분단으로 70년 가까이 생이별을 해온 남측 이산가족 89명과 북측 혈육 197명이 금강산에서 만나 지난 사흘 간 총 6차례에 걸쳐 비록 12시간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가뭄의 단비 처럼 이별의 한()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었다.

 

하지만 남북 분단으로 잃어버린 지난 70년가까운 세월을 반나절에 불과한 12시간 안에 눌러 담기는 기다림 끝에 어렵사리 기회를 얻은 상봉시간이 부족해도 너무나 턱없이 부족했다.

 

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열린 강원도 고성 금강산 호텔 2층 상봉장에서 "상봉이 모두 끝났습니다"란 긴 이별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이어서 "잘 있어라, 다시 만나요. 잘 가시라 다시 만나요"가 반복되는 북측 가요 '다시 만납시다'가 울려퍼지자 눈물을 멈출 수 없는 이산가족들은 또 다시 기약 없는 이별 앞에 억장이 무너져 내렸다.

 

'상봉이 모두 끝났다'는 방송에 오열하며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북측의 두 딸을 부둥켜 안고 울음을 터뜨리는 엄마와 딸들의 모습은 지난 70여년간 비록 각기 다른 체제와 이념속에서 살아 왔지만 가족(家族)’이란 혈연은 다름을 떠나 누구라도 감히 끊을 수 없는 '하나의 공동체'이고 '징표'임을 보여줬다.

 

상봉장을 나서서 차창너머 이산가족들의 '생이별(生離別)'하는 모습은 눈물 없이는 차마 볼 수 없는 한 편의 감동적인 휴먼 다큐멘터리.

 

헤어지는 그 순간 까지도 남측의 어머니를 보기 위해 발을 동동거리며 차창에 매달려서 이별의 아쉬움을 놓지 않으려는 북측의 딸 들..

 

"어이구 자슥아, 어떻게 떠나니떼어놓고 가려니 발이 안 떨어진다"라고 목놓아 우는 삼촌과 "삼촌 울면 안 됩니다. 통일되면 건강하게 다시 만납시다"라고 울며 위로하는 북측의 조카들의 애절한 절규..

 

북측의 아들을 꼭 안고 웃으며 "나 가짜 아버지 아냐. 너 아버지 있어"라고 외치는 아버지의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오롯이 애틋한 '父情'..

 

분단으로 헤어져야만 했던 생이별을 또 다시 받아들일 수 없다는 듯 고통을 호소하며 절규하는 이산가족들의 애끓는 모습에 우리가 처한 분단의 아픔과 탄식으로 눈물이 절로 솟구쳐 오른다.

 

문재인-김정은 남북정상(南北頂上)이 지난 4·27 판문점 선언에서 이산가족 문제와 관련해 민족 분단으로 발생한 인도적 문제를 시급히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원칙으로 이루어진 상봉행사가 210개월 만에 재개된 것은 천만 다행이다.

 

하지만 통큰 만남을 기대했던 이산가족들의 기대와 바램이 100명 이하라는 기존 상봉 숫자에서 벗어나지 못해 여지없이 무너졌다.

 

이는 누가 봐도 정상적인 상봉행사라기 보다는 보여주기식 정치적 이벤트에 불과하다.

 

어쩌다 한 번씩, 그것도 선택된 소수끼리만 잠시 만나고 헤어지는 일회용 대일밴드도 아니고 이벤트성 찔끔 상봉으로는 이산가족들의 한()과 고통을 풀어 드릴 수 없다.

 

지난 19859월에 실시된 남북한 고향방문단 교환 이후 지금까지 이산가족 상봉행사는 이번까지 21차례를 거쳐 만남을 가졌다.

 

지난 7월말 기준 상봉을 신청한 남측 이산가족은 132603명이며 그중에 75741명은 세상을 떠나시고 고작 56862명밖에 살아 계시지 않다.

 

그리고 이 가운데에서도 70세 이상이 85%이며, 90세 이상 어르신만도 21.4%에 이른다.

 

이번에도 북측 가족을 만나기 위해 신청을 접수한 사람들은 569 1이란 낙타가 바늘 구멍들어가기도 어려울 만큼치열한 경쟁률을 뚫어야 했다.

 

이를 계산해보면 1회에 90~100명이 이산가족 상봉을 한다면 상봉행사가 600회 가까이 열려야 모든 이산가족들이 북의 가족과 만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식의 일회용 찔끔 상봉으로는 몇십 년이 걸려도 다 만날 수 없다.

 

이번 상봉에서도 직계가족 상봉은 점점 줄고, 부부 상봉은 한 쌍도 없었으며, 부모-자녀 간 직계 상봉은 고작 일곱 가족에 불과했다.

 

큰일이 아닐 수 없다. 이산가족들의 고령화를 감안한다면 남아있는 상봉 시간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 동안 이산가족 상봉은 1985년 처음시작한 이래 기대한 만큼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했다. 한반도 정세가 악화하거나 南北 관계가 순탄하지 못하면 몇 년씩 중단되는 등 정치적 바람을 민감하게 타왔다.

 

앞서 201510월에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열렸으나 이듬해 1월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대화조차 못하면서 상봉 행사가 전격 중단됐다.

 

이제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지금 부터라도 이산가족들이 자유롭게 만나서 안부를 전하고 회한을 풀 수 있는 근본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

 

南北은 우선 전면적인 생사 확인을 위한 전수조사를 당장 시작해 서신, 전화와 첨단기기를 활용한 화상 미팅등 상봉정례화상설면회소설치를 서둘러서 정착시켜야 한다.

 

이를 실행 하는데 불가능이란 일 을 수 없다. 양측이 합의만 한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이를 위해선 우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1세대 이산가족의 상봉이 인도적 차원에서 최우선으로 이루어져야 남북한의 관계 개선도 군사적 긴장 완화와 평화체제 구축과 실질적인 경제협력도 이루어질 수 있다.

 

남북관계에 훈풍(薰風)이 부는 지금이야말로 이산가족 문제를 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예정된 ‘9월 평양’ 3차 정상회담에서 만나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산가족 상봉 문제에서 전 세계가 놀랄 획기적인 합의를 이루어야 한다.

 

지난 동계올림픽때 북한의 삼지연 관현악단이 남한에 내려와 구성지게 불러서 남측 동포의 눈시울을 적시던 '다시 만납시다'란 노래가사가 결코 노래로 끝나서는 안된다.

 

헤어져본 사람만이 헤어짐의 아픔과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 수 있다.

 

일례로 집에 키우는 반려견도 하루나 이틀을 못 봐도 보고 싶어 하는데 하물며 피를 나눈 부모 자식과 형제들이 70년 가깝게 생이별한 고통을 어떻게 이루 말로 다 표현 할 수 있단말인가.

 

북한은 최근까지도 탈북 종업원송환을 요구하며 이산가족 상봉에 장애가 생길 수도 있다고 협박했다.

 

북한은 인도적(人道的) 차원의 이산가족 상봉을 대남 협상의 지렛대로 이용하려들지 말고 인도주의에 입각해 이산가족의 한 맺힌 응어리를 풀어 줘야 한다.

 

또 북한은 가족 상봉이란 人倫의 문제를 정치적 이벤트로 삼는 행태를 즉각 버리고 세계무대로 당당히 나와서 정상국가로의 길을 걸어 나가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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