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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장애인 운동선수 고용, 장애인 스포츠를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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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8.25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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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국고용정보의 근로계약식.(사진제공=인천장애인체육회)

패럴림픽의 뜨거웠던 열기는 온데간데없다.


선수들이 갖는 미래에 대한 기대치나 국민들의 장애인 스포츠에 대한 인식은 올해 2월 이전과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올림픽 비인기 종목 선수들이 받는 스포트라이트가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것을 생각하면 장애인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지속되는 것을 바라는 것은 애당초 무리한 요구였을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장애인 스포츠가 짊어지고 있는 문제점은 그 시작과 본질이 다르다는 데에 그 맹점이 있다.


지난해 기준 장애인 선수 등록 수는 1만 2250명이다.


동호인 선수를 포함하면 약 1만 8000여 명의 선수가 장애인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가운데 기업에 속해 선수 생활을 하는 이는 5% 남짓으로 나머지 선수들은 정해진 소속과 소득 없이 운동을 하고 있다.


5%, 이 수치는 우리나라 장애인 스포츠의 현주소를 함축하고 있다.


열약한 환경, 그로 인한 인프라 부족과 전문성 결여까지. 평창 패럴림픽에서 아이스하키 팀 수석 트레이너로 활약한 조영진씨는 “장애인 스포츠는 국가대표와 일반 선수들의 격차가 매우 크다. 비장애인 스포츠의 경우 선수가 이탈하더라도 대체자가 충분하지만, 장애인 스포츠의 경우는 그 공백을 메우기 쉽지 않다.”고 이야기 한다.


국가대표로 뛸 수 있는 수준의 선수들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에서 장애인 스포츠는 여전히 하나의 산업이 아닌 복지의 영역에 가까운 곳에 자리 잡고 있다.


장애인 스포츠 인프라의 부족과 그 원인을 5%라는 숫자는 꼬집고 있다.


이 같은 현실에서 지금의 열약한 상황을 타개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장애인 운동선수의 취업을 기업에 연계하고 선수의 트레이닝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장애인 선수들의 취업률을 높이는 시스템이 그것이다.



(주)개럭시아에스엠 멘탈코칭.(사진제공=인천장애인체육회)
국내 최대의 스포츠 마케팅·매니지먼트사인 (주)갤럭시아에스엠은 지난해 말 장애인 운동선수 트레이닝 및 지도교육 시스템을 시작해 장애인 스포츠의 인프라 확대와 전문성 강화에 열을 쏟고 있다.


이 시스템은 다자간 윈-윈 구조로 설계됐다.


먼저 장애인 선수들은 일정한 급여를 받으며 보다 안정적인 상황에서 운동에 전념할 수 있다.


올해 5월부터 직장인 운동선수로 활약 중인 탁구 종목 이겨라 선수는 “국가대표나 실업팀에 속하지 못한 장애인 선수들은 사비로 훈련을 진행한다. 레슨비, 기름 값, 식비까지 하면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든다”며 “취업을 하고 운동 경비는 스스로 충당하게 되면서 가족에게 미안했던 마음이 많이 편해지게 됐다”고 말한다.


전문가에게 받는 트레이닝도 큰 만족감을 드러낸다.


올해로 경력 38년째를 맞이한 양궁 종목의 이학영 선수는 “그동안 트레이닝은 물론 스트레칭조차 해 본 적이 없다. 그저 활만 쏴왔을 뿐이다. 하지만 취업 이후 전문가에게 트레이닝도 받고 양궁에 필요한 근육에 대해 알아가면서 활 쏘는 일이 보다 편해졌다. 시즌이 끝나고 체력 운동에 집중하게 될 이번 겨울이 기다려진다”며 “양궁이 심리적인 면이 중요한 종목인 만큼 멘탈 코칭도 꼭 받고 싶었던 분야였다”고 현재의 시스템에 대해 만족해했다.


현재 강경두 박사(MBI 클리닉센터)는 재능 기부 형식으로 장애인 선수들의 멘탈 코칭 업무를 도맡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장애인 고용이라는 사회적 책무를 다할 수 있다.


장애인 의무고용률 미달에 따른 고용부담금 납부액도 줄일 수 있다.


실제 많은 기업들이 장애인을 고용하려 해도 기업의 업무에 맞는 장애인을 찾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장애인 운동선수 고용은 기업들의 고민을 덜어주면서 장애인 고용률 상승의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35명의 장애인 운동선수를 고용하고 있는 (주)한국고용정보 관계자는 “그동안 장애인을 고용하려고 많은 노력을 했지만 일 할 수 있는 장애인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장애인 운동선수 고용은 그간의 고민을 덜어줄 수 있는 매력적인 제안이었다.


장애인 고용이라는 사회적 책임과 동시에 장애인 스포츠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점이 장애인운동선수를 고용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이후에도 선수들이 운동에 전념하고 경기력이 향상 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함께 노력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장애인 체육 발전이라는 사회적 측면의 의미에서도 기여하는 바가 크다.



(주)갤럭시아에스엠 트레이닝.(사진제공=인천장애인체육회)
조영진씨는 “패럴림픽 아이스하키 팀의 경우 엔트리 17명 중 강원도청 실업팀에 소속된 10명과 그 외 선수들의 기량차가 매우 컸다”며 “투자가 있어야 선수의 기량 발전이 이뤄진다라는 점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라고 언급했다.


인천시장애인체육회의 박신옥 사무처장은 “장애인에게 최고의 복지는 바로 일자리다. 장애인 선수들에게는 운동을 하면서 월급을 받는 경제적인 안정이 필요하다”며 “장애인 선수들이 취업을 통해 안정된 생활을 꾸리고 그로 인해 인프라가 탄탄해진다면 장애인 체육 발전에 큰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물론 아직 더 나아가야 할 길이 남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학영 선수는“기업에서 장애인 선수들을 채용해 주는 점은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면서 “하지만 엄연히 따지면 실업팀 선수라고는 볼 수 없다. 지금보다 조금은 더 나은 급여를 받으면서 운동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후배들은 꼭 더 좋은 여건에서 운동을 할 수 있었으면 한다”라는 바람을 밝히기도 했다.


인천시장애인체육회 배드민턴 팀의 최복락 감독은 “장애인스포츠는 기본 베이스가 부족한 분야다. 선수도, 시설도, 코치도 모두 부족하다. 지금의 분위기가 자리를 잡고나면 장애인스포츠의 근본적인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여 주었으면 한다”고 이야기한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아직도 많은 난제들이 산적해 있지만 그럼에도 최근 기업에서 장애인 운동선수들을 채용하는 움직임은 고무적인 현상임에 분명하다.


무엇보다 장애인 스포츠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선수들의 마인드가 단단해지고 있다.



배드민턴 허윤정선수(왼쪽)와 최복락감독.(사진제공=인천장애인체육회)
지난 1월 취업에 성공한 배드민턴 종목 허윤정 선수는 “취업 이후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회사의 일원이라는 소속감은 물론, 회사 이름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한 책임감과 그로 인한 동기부여도 갖게 됐다. 작년 이맘때와 비교하면 편안한 보금자리가 생긴 것 같아 심리적으로도 안정된 것 같다”고 말한다.


지체와 지적 장애를 동시에 갖고 있는 수영 종목 장기석 선수 어머니 조종임씨는 “예전에는 기석이가 조금만 아파도 수영장에 가지 않으려 했지만, 취직 이후엔 책임감이 생겼는지 수영에 대한 의지가 많이 강해졌다”며 아들의 달라진 태도를 기특해 했다.


선수들의 달라진 마인드는 기량 향상으로 이어진다.


이겨라 선수는 “취직 이전에 운동은 선택 사항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나가야 하는 나의 일이 됐다. 탁구가 기량 향상이 어려운 운동인데, 매일 훈련을 하다 보니 요즘은 실력이 향상되고 있음을 스스로도 느끼고 있다.”고 이야기 한다.


이어 “주부다 보니 예전엔 대회에 많이 다니지 않았지만, 최근엔 최대한 많은 대회를 챙겨 나가려고 한다. 회사에서 지원을 해주기 때문에 그에 상응하는 일을 해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이라며 이전과 달라진 자세를 밝히기도 했다.


장애인 운동선수들의 취업은 비단 선수 본인뿐만이 아닌 그들의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도 큰 의미로 다가온다.



장기석선수와 어머니.(사진제공=인천장애인체육회)
장기석 선수의 어머니는 “지난 10년간 수영을 시켰는데, 처음 취직이 됐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기석이를 따라다닌 지난 시간을 보상받는 기분이었다”면서“아마 취직이 안됐다면 매일 수영장에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고 올해 졸업 이후 기석이는 갈 곳이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수영장에서 함께 운동하는 어린 선수들에게 기석이가 롤 모델이 됐다”며“부모님들도 아이들 열심히 운동시켜서 선수로 취직 시켜야겠다는 말씀들을 많이 하신다. 어린 장애우 들은 학교를 졸업하면 갈 곳이 없다. 부디 더욱 많은 기회들이 만들어 졌으면 좋겠다”라는 바람도 전했다.


최근 기업들의 장애인 운동선수 고용은 단순 장애인 고용률 상승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선수들의 처우 개선에 따른 인프라 확대, 그들의 기량 향상과 더 나아가 장애인 스포츠의 발전까지 장애인 운동선수 트레이닝 및 지도교육 모델이 이 같은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가는데 있어 첫 발 걸음을 뗄 수 있는 시스템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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